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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는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 발전에 주목할 줄 알았으며, 단기간 이익을 내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1999년 10월 31일 베이징 푸화빌딩에서 손정의와 마윈은 투자자와 경영자로 처음 만난다. 이 만남은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투자분석가 서닐 굽타의 주선으로 이루어졌으며, ‘6분 만의 담판’으로 일컬어지며 IT 역사상 명장면으로 두고두고 회자된다. 마윈은 손정의 앞에서 자신이 세운 ‘알리바바’의 개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앞으로의 사업 방향 등을 설명해 나갔다. 그런데 채 6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손정의가 손을 내저으며 중단시키더니 대뜸 묻는 것이었다.

“당신의 회사에 투자하겠습니다. 얼마가 필요하신가요?” 아직 설명이 다 끝나지 않았기에 마윈은 의아해했다. 손정의는 알리바바의 성공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더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마윈의 대답 또한 뜻밖이었다. “지금은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마윈은 골드만삭스로부터 500만달러 규모의 엔젤기금을 받아 놓고 있었다. 놀란 손정의가 물었다.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게 아니었나요? 그럼 왜 날 찾아왔습니까.”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니라, 누가 나를 만나보려 한다기에 와 본 것일 뿐입니다.” 마윈의 성격을 뚜렷이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 기백과 결심이 손정의는 마음에 들었다. 손정의는 알리바바의 B2B모델이 야후 포털사이트 모델, 아마존 B2C모델, 이베이의 C2C모델에 이어 인터넷 ‘제4모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알리바바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성공을 예감했다. 그 뒤 여러 협의를 거친 끝에 소프트뱅크가 2000만달러를 알리바바에 투자하고 지분 30%를 갖기로 확정되었다. 마윈에게 손정의는 이상적인 투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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